[서울시 하이서울뉴스] 금융권을 시작으로 일부 공기업들과 대기업들이 고등학교 졸업자에게도 입사 기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인력 수급 불균형 해소와 잠재력 있는 젊은 우수 인재들의 조기 사회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 실시된 금융권의 고졸 사원 채용 바람에 금융감독원이 동참하면서 1999년 출범 이래 첫 고졸 사원 5명이 금감원에 입사했다. 지난해 전국 각 학교의 내신 성적 4% 이내 79명이 지원해 16대1의 경쟁률을 거쳐 5명이 선발된 바 있다. 지원자 79명 중 전교 1등만도 30명에 달했다는 후문이다. 좋은 대학을 나오고 자격증을 딴 후에도 들어가기 힘들뿐 아니라 수재들만 모인다는 금감원. 7주의 연수기간을 거쳐 6개월째 금감원의 신입 사원으로 당당하게 근무하고 있는 거시감독국 금융통계팀 전효희 조사역과 상호여전감독국 여전감독1팀 이경태 조사역을 만나 세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여의도 입성기를 들어봤다.

 

고졸사원 채용 바람, 특성화고 출신 우수 인재 조기 사회 진출 발판 - 금융감독원에 입사해 7~8개월이 흘렀는데, 그동안의 소회랄까? 되돌아보면서 인상 깊었었거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전효희(이하 전) :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터라 잘 적응할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잘 적응해서, 업무에 대한 칭찬을 들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두렵고 위축됐던 마음이 많이 사라지게 됐다. 또한 입사 초기 금감원 내의 소식을 전하는 디지털 FSS에 사원 인터뷰와 맛집 소개 글 등을 쓴 적이 있는데 많은 분들이 격려해 준 것이 큰 힘이 됐다.

이경태(이하 이) : 고향이 천안이다. 높은 빌딩은 좀처럼 보기 어려웠는데 여의도 금감원에 왔을 때 건물을 보며 이곳에서 일하게 된다는 것이 놀랍고 아득했던 기억이 난다.

연수 받는 7주 동안은 어떤 업무를 맡을지 몰라 긴장감보다는 호기심이 많았지만 출근을 하면서 업무가 하나씩 늘어나고 모르는 것들을 선배들의 도움으로 알게 되면서 참 많이 뿌듯해 했던 것 같다. 배울 것도 많아 점차 깨닫고 알아가는 재미도 컸다

 

- 브레인집단에서 어린 나이에 시작한 직장생활이라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직장생활이 힘들었던 적은 없는지, 혹은 잘 적응할 수 있었던 노하우나 자신만의 특장점이 있다면?

전 :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3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병행했다. 한 가게에서 3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윗분들에게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손님들에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체험했던 것들이 인간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된 것 같다.

이 : 막상 업무를 시작하자 모르는 것이 생기게 됐고 선배들에게 물어가면서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자주 여쭤보기가 민망한 적이 많았는데 속으로 끙끙 앓기보다는 과감하게 모르는 것을 물어가며 일을 배웠다. 물어보지 않으면 해결이 안 되니 죄송스러워도 물어봐 가면서 일을 습득하는 것이 더 빠르고 좋은 방법이었다.

 

- 교실과 실전이 달라서 당황스러웠던 점이 있다면?

전 : 상업계 특성화고의 특성상 전문교과를 많이 배웠지만 이론과 현실은 좀 차이가 있었다. 꿈이 회계사라서 회계 과목을 좋아했고 열심히 했는데도 실제 업무에서는 훨씬 복잡해 당황했던 적이 있다. 학교에서 배운 엑셀도 달라서 초기에는 힘들었다.

이 : 학교는 이론, 회사는 실무 위주의 일이다 보니 차이가 났지만 학교에서 배운 것 말고도 관심 있는 부분들을 더 배워 놓았던 것들이 도움이 됐다. 컴퓨터를 잘 다루고 숫자 관련 작업도 능숙해 회계 통계 업무에 잘 대처할 수 있었다.

 

 

- 신입사원들의 회사 내 적응을 위해 마련된 제도 같은 것이 있는지?

전 : 신입사원들끼리의 워크샵과 임원들과 함께 한 봉사활동 등은 회사에 적응 하는데 도움이 됐다. 각 국 간부들도 신입 사원들의 눈높이 맞춘 업무를 지시하고,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늘 하나하나 꼼꼼히 잘 가르쳐 준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기적으로 회사 생활에서의 애로 사항은 없는지 물어봐 주기도 한다.

이 : 멘토제도가 있다. 신입사원 3명과 선배 2명이 멘토와 멘티가 돼서 식사도 하면서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고 회사생활에서의 고민도 허물없이 털어 놓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오히려 자식처럼 아끼고 잘해 주신다.

 

 

- 취업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전 : 처음부터 금감원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것은 아니고 상업계 특성화고의 전문 교과이기도 한 회계 과목을 무척 좋아해서 열정을 갖고 공부했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학교에서 실시하는 3~4번의 회계 경진 대회에 참여한 이력이 도움이 됐다.

이 : 특성화고에서 배울 수 있는 전문교과 이외에 전산 회계, 엑셀, 파워포인트 등 7개의 자격증을 꾸준히 따 놓았던 것이 도움이 됐다. 평소 학교생활을 충실히 한 것들이 쌓여서 취업 준비가 된 것 같다.

 

- 금감원에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던 노하우가 있었다면?

전 : 지원자들 모두 성적이 최상위권이고 자격증도 두루 갖춘 친구들이었는데 내가 합격한 이유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어서 아닐까 싶다.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불구하고 3년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공부를 열심히 한 점과 면접에서 만약 합격을 한다면 취업을 준비하는 모교의 후배들에게 취업 준비과정과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한 것 때문이지 않을까?

이 : 운이 좋았다. 지원자들이 워낙 출중했기 때문에 되리라고 생각 못했었다. 서류를 통과하면 면접은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은 있었다. 면접에서는 너나없이 모두 긴장하기 때문에 기죽을 필요 없이 당당하게 임한다는 각오를 했다. 3년 내내 임원활동을 하면서 발휘한 리더십과 자발적으로 참여한 봉사활동, 금감원에 입사하면 금융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없어 사기 혹은 어려움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이곳에 입사해 쌓은 경험과 지식을 나눠서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는 소신을 밝힌 점 등이 이유일 것이다.

 

- 2013년도 고졸 신입 직원 공채 공고가 난 걸로 아는데 입사하려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 준다면?

전 :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지금 왜 취업을 하고 싶은 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전하고 싶다. 특성화고이지만 원래 진학을 꿈꾸다가 고졸사원 채용의 사회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취업한 친구들이 많은데, 그 중 잘 다니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응을 하지 못해 그만 둔 친구들도 많다. 얼마나 시간 낭비인가? 지금 취업 하려는 것이 단순히 대학 가기 싫어서, 공부하기 싫어서, 돈을 벌고 싶어서, 나중엔 이런 곳에 취직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인지 반드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또한 연봉만을 보고서 취업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취업하려는 곳이 어떤 곳인지, 자신의 적성과 맞는지를 먼저 고려해 봐야 실패가 없다.

이 : 회사생활을 시작하면 제약이 생기니까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해보고 오라고 말해주는 편이다. 공부든, 여행이든, 특별한 경험이든,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다 해봐야 후회가 없다. 어린 나이에 취업하느라 무언가를 못해봤다고 후회하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 금감원에 입사하게 된 계기와 입사 당시 주변의 반응은?

전 : 학교 취업 담당 선생님의 권유로 금융감독원 고졸신입사원 채용 사실을 알게 됐고, 인터넷으로 금융감독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찾아보면서 금융기관 관리 감독을 총괄하는 이곳에 입사하고자 하는 희망을 갖게 됐다. 상업계 특성화고에서 공부한 것들과 회계, 경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일하는 것이 나의 적성에 맞는다는 생각을 갖고 지원하게 됐다. 입사가 확정됐을 때 학교 취업담당, 회계담당 선생님과 1~3학년 담임선생님들 모두가 너무 기뻐 하셨다. 부모님은 너무 어린 나이에 금감원에 입사하는 것을 무척 걱정하셨는데 지금은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안심하신다.

이 : 특성화고임에도 3학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취업상담이 아니라 입학상담이 일반적이었다. 고1 때부터 수시 전형을 염두에 두고 입학준비를 했던 차였다. 취업 준비가 곧 입학 준비인 상업계 특성화고에서 할 수 있는 전문 교과를 열심히 공부해 챙겨 놓은 것은 물론 자격증을 두루 따 두었다. 취업과 진학 사이에서 고민할 때도 취업이 잘 되는 대학교가 목표였고, 취업을 해도 후회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공중파에서 금감원 고졸사원채용에 관한 뉴스를 봤을 때는 전국에서 5명 채용이니, 똑똑한 애들만 가겠거니 했다. 마침 학교에 공문이 왔고, 선생님으로부터 지원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중학교 때부터 취업을 염두에 두고 진로를 모색했던 터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선취업 후진학을 선택했다. 특히 금감원은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전문적인 직무를 경험하며 전문지식을 쌓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금감원 입사, 진짜 될 줄은 몰랐다. 부모님도 안 믿으셨으니. 운이 좋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 자신을 추스르는 좌우명이 있다면?

전 : 마부 작침(磨斧作針·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꾸준히 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고사성어)이란 말이 있다. 중학교 때부터 진로를 빨리 찾고 목표를 빨리 설정해 놓으니 준비하는 과정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회사에서 3년 후엔 야간대학 진학도 지원해 준다고 하니 대학뿐 아니라 대학원도 가고 회계사 자격증도 따고 싶다.

이 : 무엇을 하든 후회하지 않는다이다. 어디서 뭘 하든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아쉽거나 후회되는 점이 있다면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

 

-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전 : 회사 내에서 전효희 하면 성실하고 노력파이며 일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회사에서 업무로 인정받고 싶다.

이 : 취직이 됐고 만족한다.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지속적으로 더 할 계획이다. 알고 싶은 분야가 너무 많다. 또한 금감원에서 쌓은 경험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 어려운 서민들이 금융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돕고 싶다.

전효희 조사역과 이경태 조사역은 중학교 때부터 구체적인 꿈을 갖고 진로를 설정한 후 전문 자격증을 따는 등 다른 친구들에 비해 열정적으로 학교 생활을 해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만이 찾아 온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일 터. 학생으로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은 기본. 일찌감치 목표를 설정해 놓고, 늘 긴장하며 준비해 왔던 것들이 빛을 발한 셈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지켜봐 달라 는 말과 함께 우수한 특성화고 출신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고졸출신채용의 기회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시민리포터 김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