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조리사가 진출할 수 있는 국내 일자리는 이미 포화 상태입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포화 상태일지라도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길이 있기 마련입니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서 보듯 화려한 셰프의 모습만 상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식당에 입사하자마자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들어온 친구들은 궂은 주방 일과 보이지 않게 펼쳐지는 팽팽한 경쟁심 등을 견디지 못하고 얼마 못가 사표를 내고 말죠. 노동 강도 또한 평소 상상했던 것 이상이구요. 야구에서 직구도 능숙하지 않으면서 변화구를 던지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주인공은 바로 서울시 중부기술교육원(전 한남직업전문학교) 출신으로 취업에 성공한 박옥민 셰프다. 끈질긴 도전과 열정으로 지금의 자리에 선 그는 현재 에드워드 권이 총괄 셰프로 있는 더 믹스드 원 레스토랑에서 주방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31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를 고려할 때 오늘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엔 얼마 전 종방한 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서 세계적인 요리사 해밀(이상우 분)의 요리 대역을 맡기도 했다. 열정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그의 취업 성공 스토리를 들어보자.

 

아직 31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상당히 많은 경력을 갖고 계시네요. 요리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2002년 3월 중부기술교육원(당시 한남직업전문학교) 조리학과 1년 과정에 입학한 것이 출발점이었죠. 고1 때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졸지에 할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가장이 되는 바람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외식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완제품으로 공급되는 식자재를 조리해서 제공하는 식당이었는데, 이런 것 말고 직접 내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어요. 그래서 여기저기 알아보다가 무료로 조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술교육원을 찾아낸 거였어요.

입학 후에는 자격증을 따서 특급호텔에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남들보다 몇 배 더 노력했어요. 그 결과 입학한 지 반 년만인 9월에 한식, 양식, 중식, 일식 네 가지 자격증을 모두 땄지요. 누구보다 빨리 취업을 하고 싶었어요. 가정형편상 경제적 능력이 필요했고 무엇보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으니까요.

그래서 9월에 바로 취업을 했는데, 처음 취업한 곳이 양재동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어요. 드디어 내가 요리를 할 수 있게 됐구나 하는 기대에 부풀어 요리를 배웠죠. 물론 가장 밑바닥인 막내로요. 6개월이 지나고는 분당에 새로 여는 분점의 오픈 멤버로 참여해 2년 반을 더 일했어요. 여기 있는 동안 열정과 의욕을 높이 평가해주신 조우현 선배님이 서울국제요리대회 출전 기회를 주셔서 여러 번 입상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탄탄한 조리 경력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조리국가대표인 조우현 선배님은 그때나 지금이나 제게 든든한 멘토가 되어 주시죠.

그 뒤 2004년 W호텔에 입사하여 2년을 근무하고, 2006년 두바이 버즈 알 아랍 호텔로 옮겨 2년을 일한 뒤, 2008년 에드워드 권 셰프의 사단으로 우리나라에 돌아왔습니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W호텔로 옮긴 것은 특급호텔 조리사가 되기 위한 목표를 위해선가요?

W호텔에 입사한 데에도 우여곡절이 많아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근무할 때부터 W호텔에 이력서를 여러 번 냈어요. 당시 잘 알려진 국내호텔에 비해 외국에서 새로 들어온 6성급 W호텔은 신선하고 젊은 분위기여서 매우 매력적이었어요. 꼭 들어가고 싶었지요. 그런데 6~7회 거듭 이력서를 보냈는데도 감감무소식인 거예요. 이유를 알아보자는 심정으로 인사부에 전화를 했어요.

인사 담당하시는 분에게 왜 면접 기회조차 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학벌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명확히 학벌이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었지만, 저보다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호텔 경력도 많은 지원자들이 대다수라며 저는 면접 조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때 고졸이었던 저는 결국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수업을 받을 수 있는 산업체대학교인 호원대학교에 진학했어요. 본교는 전라북도에 있지만 서울에 분교가 있었어요. 일주일 내내 휴일 없이 근무하고 그 중 3일은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학교에 가는 식으로 공부를 했어요. 2년이 지나 전문대 졸업 타이틀을 얻은 후 다시 W호텔에 지원을 하자 드디어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어요.

호텔 입사 후에는 또 다시 주방 막내로 일을 했어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3년을 일했지만 호텔은 처음이니까 막내부터 시작한 거죠. 하지만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요리에 대한 열정을 다하는 것이 바로 저의 특성이에요. 이 때문인지 이곳에서도 선배 셰프가 저를 잘 보셨더군요. 이분이 바로 에드워드 권 셰프와의 인연을 만들어주신 분이에요. 젊은 친구가 대단한 열정을 지녔다며, 그때 막 버즈 알 아랍 호텔로 자리를 옮기려는 에드워드 권 셰프한테 저를 추천해 주셨어요.

 

 

그때 추천으로 버즈 알 아랍 호텔로 가게 된 것이군요? 그래도 7성급 호텔이라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한 번에 합격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추천 덕에 호텔 인사담당자의 면접 전화를 받았는데, 요리 경력과 영어 실력 등에 대해 묻더군요. 외국인과의 면접은 당연히 영어로 진행됐지요. 영어로 의사소통할 일이 많은 W호텔에 근무하는 동안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 덕에 별 무리 없이 대화할 수 있었어요.

면접 후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없다가 3주가 지나서야 전화가 왔어요. 합격이라는 거예요. 메일로 제가 배치된 식당과 직급, 연봉, 숙소 제공에 대한 안내를 했다고 알려주더군요. 날아갈 것 같았어요. 제 실력으론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이제 내게도 기회가 왔다는 마음으로 두바이로 출발했죠.

 

가서는 어떠했나요. 외국인들 사이에서 근무하는 환경 또는 의사소통 등으로 겪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제가 발령받은 곳은 주메이라 그룹에서 운영하는 호텔 중 7성급 호텔로 불리는 버즈 알 아랍 호텔이었어요. 세계의 모든 요리사들이 근무하고 싶어하는 곳이기도 하죠. 프렌치, 일식, 중식 등 10여 개의 식당이 있는데 각 레스토랑별 책임자인 헤드 셰프가 따로 있을 정도로 요리사만 무려 400여 명이 넘는 매머드한 호텔이죠. 제가 당시 근무한 곳은 유럽식 식당이었는데, 레스토랑의 셰프를 뺀 총 25명의 요리사가 근무했어요. 그런데 이들 중 국적이 같은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어요. 영어가 아니면 소통이 되지 않는 상황인데, 그 다국적 셰프들의 영어가 다 제각각이에요. 제 영어가 소위 콩글리시 수준이듯 그들의 영어도 자기 나라의 억양을 그대로 갖고 있어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어요.

주방에서는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장 중요한데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걱정이 컸죠. 엉뚱한 식재료를 가져가서 요리를 망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그들이 말하는 것을 녹음하여 되풀이해 들으며 해독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요리책을 보며 메뉴를 연구하는 틈틈이 화장실 가서도 듣고 집에 가서도 들었어요.

또 세계적으로 쟁쟁한 셰프들이 모인 이곳에서도 당연 막내다보니 그들의 마음을 열게 하기 위해 그들의 식자재를 지하층에서 꼭대기층 우리 식당까지 옮겨와 냉장고에 정리하는 것도 도맡아 했어요. 그러자 서서히 마음을 열고 호텔 근무에 요긴한 정보들을 알려주기 시작하더군요.

하지만 이곳에도 엄연히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팽팽한 경쟁이 존재해요. 두바이에서는 기존 메뉴 외에 그날의 스페셜 메뉴를 제공하게 돼 있어요. 레스토랑 셰프를 뺀 25명의 조리사들이 자신의 요리를 스페셜 메뉴로 올리기 위해 매일 경쟁을 하는 거예요. 이때는 설거지하는 막내도 자기 메뉴를 개발해 와요. 직급보다 스페셜 메뉴 개발 자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동등하게 경쟁을 하는 거예요. 저도 스페셜메뉴에 올리기 위해 많은 요리책을 공부하며 개발에 열을 올렸죠. 덕분에 일주일에 한 번은 제 음식이 올라갔어요.

 

25명이 경쟁하는데 일주에 한 번 메뉴를 올렸다니 대단하시네요. 경쟁할 때의 고충도 컸겠어요?

스페셜 메뉴 개발할 때와 손님맞이 요리를 할 때는 셰프들이 대단히 날카로워져 있어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최상의 요리를 완성해서 내가야 하는데, 손님이 많을 때는 2~3분에 하나씩 음식을 내가야할 정도로 바쁘거든요. 손발이 잘 맞아야 하는데 서로 잘 알아듣지 못해 다른 음식을 내가거나 엉뚱하게 조리한다면 문제가 커지니까요. 또 더 좋은 섹션에 가기 위한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경쟁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게 주방의 현실입니다.

 

 

셰프로서의 기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조건이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왜 2년 만에 귀국한 건가요?

물론 좋은 조건이었죠. 하지만 에드워드 권 셰프가 우리나라로 돌아가서 고급 요리의 대중화 및 외식문화의 다양성을 통해 한국의 외식 시장을 한 번 바꿔보자고 제안을 했고, 저 또한 이 부분에 대해 상당한 공감을 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생활을 하면서 배운 조리 지식과 기술을 선보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어 주저없이 에드워드 권 셰프의 제안을 받아들였죠. 그렇게 해서 외국 셰프들 및 다른 한국인 셰프들과 함께 에드워드 권 사단을 구성하여 귀국하게 된 것입니다. 

 

이곳에서 연 레스토랑은 대중적인 의미로 셰프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의 시초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셰프 레스토랑의 장점은 무엇인지요?

셰프 레스토랑의 이름을 걸고 외식 사업을 일구어 나가는 것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난관과 도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을 건 레스토랑이다보니 에드워드 권 셰프뿐만 아니라 저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의 심리적 부담감이 더욱 가중되는 것은 물론이고, 고객의 기대치 또한 다른 레스토랑에 비해 훨씬 높아서 그에 따른 고충도 큽니다. 하지만 저와 모든 스태프들이 이를 즐기고 있기에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희 레스토랑은 가치 있는 요리를 서비스하기 위해 분기바다 메뉴를 바꾸는 노력을 합니다. 또 주말마다 브런치 메뉴를 운영하는데 이것도 매주 바뀌어요. 각 섹션에 있는 셰프가 자신의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한테 직접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하고 메뉴 선택 여부를 묻는 거예요. 쉽게 설명하자면 신개념 콘셉트를 적용한 뷔페로, 음식을 손님이 담으러 가는 게 아니고 20여 명의 셰프가 직접 자신이 만든 음식을 들고 손님한테 서비스한다는 점이 다르죠. 손님들도 음식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여지니까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러한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것을 통해 외식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거죠.

 

 

요리를 하는 것이 아무리 행복해도 주방 근무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물론, 셰프의 세계가 드라마에서 보듯 그렇게 호락호락하고 멋지기만 한 일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죠,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심할 경우 주방 온도가 50도를 넘기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변수도 많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면 직원 간 동선이 얽히기도 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주방기구가 위험한 것이 많다는 것 등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죠.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은 누구나 다 그렇기 때문에 나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면 안 돼요. 이곳도 오전 오후 근무조가 나뉘어 있지만, 오후조도 일찍 나오고 오전조도 늦게까지 남아 새로운 메뉴에 대한 연구를 합니다. 근무시간에만 주방에 머무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왜 그렇겠어요. 경쟁이 따르기 때문이죠. 버즈 알 아랍 호텔 식당에서 스페셜 메뉴로 자기 요리를 올리려고 경쟁한 것처럼 두 달마다 바뀌는 메뉴를 개발하고 주말 브런치 메뉴에서 손님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고삐를 늦출 수가 없는 거지요.

어느 직장에나 경쟁이 있지만, 주방의 팽팽한 경쟁과 긴장감을 얕잡아봐선 안 됩니다.

 

요리에 대한 특별한 철학이 있나면?

어딜 가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만들지 말자는 것과 이유 있는 음식을 만들자는 거예요. 곧 색깔 있는 셰프가 되고자 하는 것이죠.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식당에서 일하면서 배운 것이 있어요. 선배가 예전부터 해온 것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료 하나 사용하는 데에도 모두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어요. 식재료를 먹어보고 이 재료가 왜 들어가는지, 이것이 들어가서 어떤 조화로운 맛을 내는지 설명을 해야 했어요. 이유 있는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때 알았어요. 음식 속 식재료가 괜히 들어가는 게 아니구나. 요리에 사용한 식재료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 얼마나 명쾌해요?

그러다보니 세계에서 출판되는 각종 요리책을 보면서 메뉴 연구를 하게 됩니다. 지금도 요리책을 사는 데 한 달 60만 원 정도는 써요. 요리책을 읽을 때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습관이 있어요. 그건 나중에 메뉴를 개발할 때 좋은 아이템이 되어주곤 합니다.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있을지 궁금하네요.

학력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인지 지금도 공부를 계속하고 있어요. 경기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논문을 준비 중입니다. 졸업 뒤에는 후학들을 가르치는 일도 할 생각이에요. 직장 일을 하면서 주 1회 정도 특강에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선택한 이 일이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 알리고 싶고, 또 쉽게 가려 하면 안 된다는 조언도 해주고 싶어요.

기술교육원에도 자주 가서 후배들을 격려할 겁니다. 올해 들어 신입생 입학식을 비롯해 조리과 학생 특강 등에 세 번 다녀왔습니다. 앞으로도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힘이 되는 일이라면 적극 돕고자 합니다.

 

 

■ 서울시가 운영하는 기술교육원은?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취업 및 창업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현장 중심, 기업 맞춤형 프로그램을 비롯해, 비진학 및 미취업 청년을 위한 프로그램, 저소득층 공공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동구 고덕로의 동부기술교육원, 용산구 한남대로의 중부기술교육원, 경기도 군포시의 남부기술교육원, 노원구 덕릉로의 북부기술교육원 등 4곳이 있다. 교육과정은 주간 1년 및 야간 6개월 등 정규과정과 2~4개월 단기과정이 있다. 수강료와 실습비, 교재비등 교육비가 무료이며 취업 알선 및 사후지도까지도 해 준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등 우선선발대상자는 훈련수당을 지급하며 하루 5교시 이상 수강하는 경우 식사도 제공된다. 현재 하반기 정규과정과 단기과정 참가자를 모집하고 있다. 8월 17일까지 원서 접수가 가능하다. 1차 서류전형과 2차 개별면접을 거쳐 적격자를 최종 선발한다. 자세한 내용은 120 다산콜센터나 서울시 기술교육원 교학과로 문의하면 된다. 문의 : 다산콜센터 : 국번 없이 120           동부기술교육원 02)440-5500 / 중부기술교육원 02)361-5800 /          북부기술교육원 02)2092-4700 /남부기술교육원 031)390-3920)